영화 해석 노트
영화 한 편에 담긴 창작자의 의도와 캐릭터의 내면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공간

[캐릭터 분석] 조금 더 솔직해진 월플라워의 찰리

영화 보는 내내 사실 주인공 찰리가 조금 답답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면 되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표현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누가 부탁하면 거절도 좀 하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하면 되지요. 찰리는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기 보단, 자신을 너무 뒤로 미뤄두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런 사람은 현실에도 꽤 많습니다. 어쩌면 극E라고 자부하는 저 역시 그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네요.

늘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영화 초반의 찰리는 사람들 사이에 잘 섞이지 못합니다. 친구도 없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찰리는 사람을 싫어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많죠.

그는 늘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합니다. 누군가 힘들어하면 신경 쓰고, 누군가 소외되면 먼저 다가갑니다. 패트릭과 샘을 만난 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보다 상대가 상처받지 않을지를 더 걱정합니다.

착하고 좋은 사람인 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기 자신은 잘 챙기지 못합니다. 자기 마음은 항상 맨 뒤에 있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좋아한다는 표현을 못하는 사람

영화를 보다 보면 찰리가 샘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이해됩니다. 샘은 따뜻하고, 친절하고, 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줍니다.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이해받는 기분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에 그 감정도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찰리는 샘을 좋아하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용기만 내면 될 것 같은 순간들이 여러 번 나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늘 한발 물러섭니다. 

찰리는 거절당하는 것이 무서운 사람이라기보다, 자신이 먼저 행복해져도 된다고 믿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였습니다.

"사람은 자기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만큼 대접받는다" 

이 영화의 많은 명대사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사가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만큼 대접받는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좋은 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문장이 영화 전체를 설명하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찰리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좋아해서 문제가 생기는 인물이 아닙니다. 그보다 먼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잘 모르는 인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해도 자신은 뒤로 물러나고, 누군가를 도와줄 때는 누구보다 적극적이면서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좋은 사람인데 늘 손해를 보고, 착한 사람인데 항상 상처를 받는 사람들. 찰리를 보면서 주변의 그런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조금 더 솔직해진 찰리

찰리의 친구 패트릭이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온 건 사실입니다. 유쾌하고 솔직하고 자기 감정을 숨기지 않으니까요. 영화 속에서도 존재감이 강한 인물입니다. 패트릭은 처음부터 자기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반면 찰리는 영화 내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입니다. 

영화가 끝날 무렵의 찰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은 아닙니다. 갑자기 자신감 넘치는 인물이 되지도 않습니다. 그저 조금 더 솔직해졌을 뿐입니다. 그러면서 천천히 성장해나갑니다. 그 변화가 참으로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사람은 영화처럼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으니까요.

영화 속에서의 우리의 모습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패트릭 같은 친구를 만나고 싶었던 기억, 샘 같은 사람을 좋아했던 기억, 그리고 찰리처럼 자기 마음을 뒤로 미뤄둔 기억. 영화 속 어딘가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월플라워를 떠올리면 화려한 장면보다 찰리의 표정이 먼저 생각납니다. 늘 남을 먼저 챙기던 그 아이가 조금씩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하던 순간들이요.

월플라워는 성장 영화로도 볼 수 있고, 우정 영화로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찰리라는 인물을 오래 지켜보게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답답하지만 이해가 되고, 또 한발짝씩 성장해 나가는 찰리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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