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솔저, 엘리베이터와 도로에서 달라지는 캡틴의 전투 방식

층이 바뀔 때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한두 명씩 더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익숙한 동료들이 타는 것처럼 보이는데, 공간이 줄어들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집니다. 누군가는 가방에 손을 넣고 있고, 누군가는 몸을 굳힌 채 캡틴을 신경 쓰고 있습니다. 아직 아무도 주먹을 휘두르지 않았는데 이미 싸움이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는 처음 이 장면을 볼 때 숨을 조금 참고 있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대단한 폭발이나 총격이 먼저 나온 것도 아닌데 긴장됐습니다. 문이 한 번 열릴 때마다 사람은 늘고, 반대로 캡틴이 움직일 수 있는 자리는 계속 줄어듭니다. 엘리베이터라는 아주 평범한 공간이 갑자기 빠져나갈 곳 없는 장소로 바뀝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싸우기 전부터 답답해진다

이 장면에서 재미있는 건 캡틴도 바로 싸움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손과 자세를 살피고 상황을 확인합니다. 저한테는 그때 캡틴의 표정이 화가 났다기보다 조금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얼마 전까지 같은 조직에서 움직이던 사람들을 이제는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실제 마음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바로 공격하지 않고 먼저 선택의 여지를 주는 모습 때문에 그렇게 느꼈습니다.

싸움이 시작되고 나면 방패도 평소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넓은 곳에서 멀리 던지는 무기라기보다 몸 바로 옆의 공간을 지키는 물건에 가깝습니다. 워낙 좁아서 크게 움직일 수도 없고,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있으니 한 번에 모든 상대를 볼 수도 없습니다. 캡틴은 가까이 붙은 사람부터 떼어내고 조금씩 움직일 자리를 만듭니다.

이 장면을 보기 전까지는 사실 캡틴이 왜 팀의 중심에 서는 캐릭터인지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힘이 세다는 건 알겠는데,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능력이 화려하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습니다. 방패 역시 던지고 막는 무기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보면서 아이언맨이었다면 분위기가 꽤 달랐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장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아이언맨과 달리 캡틴은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결국 자기 몸과 방패로 하나씩 빠져나갈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제한이 캡틴의 액션을 더 재미있게 만든다고 느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힘 자체보다 상황을 빨리 읽고, 좁은 공간에서 무엇부터 처리해야 하는지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싸움을 잘한다는 말로 뭉뚱그리기에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화려한 능력으로 단번에 상황을 끝내는 게 아니라, 불리한 조건 안에서 조금씩 자기 쪽으로 흐름을 가져오는 모습이 캡틴이라는 캐릭터와 잘 맞았습니다.

도로로 나오면 긴장의 방식도 달라진다

도로 전투는 정반대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사람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답답했다면, 밖으로 나오자 이번에는 공간이 너무 넓습니다. 총격이 들어오는 방향도 바뀌고 차량과 건물 사이로 사람들이 움직입니다. 어디를 봐야 할지 한 번에 정리되지 않습니다.

이 장면은 소리도 많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윈터솔저가 나타날 때 들리는 날카로운 효과음과, 캡틴의 방패가 기계 팔과 부딪칠 때 나는 묵직한 쇳소리가 특히 그랬습니다.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는 그 충돌음 때문에 두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세게 부딪히고 있는지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누군가의 손이나 표정을 보면서 공격이 시작되기 전의 시간을 기다렸다면, 도로에서는 위협이 계속 움직입니다. 멀리 있다가 금방 가까워지고, 한쪽을 보고 있으면 다른 쪽에서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캡틴의 방패도 한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막는 데 쓰이기도 하고, 상대와 거리를 두는 데 쓰이기도 합니다.

저는 특히 방패와 윈터솔저의 기계 팔이 부딪히는 순간이 좋았습니다. 캡틴에게 익숙한 무기인 방패가 상대에게 쉽게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좁은 공간을 버티게 해주는 도구였다면, 도로에서는 상대와의 거리를 조절하는 도구처럼 보였습니다. 같은 방패인데 장소가 달라지니 보는 느낌도 꽤 달랐습니다.

같은 방패인데 전혀 다르게 보였다

두 장면을 이어서 생각하면 차이가 꽤 선명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움직일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도로에서는 반대로 거리가 계속 바뀝니다. 하나는 좁아지는 공간을 버텨야 하고, 다른 하나는 넓어진 공간에서 어디서 공격이 들어올지 계속 살펴야 합니다.

그런데 캡틴은 같은 몸과 같은 방패를 들고 두 장소에서 전혀 다르게 움직입니다. 이걸 보고 나서야 방패가 단순히 상징적인 무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소가 바뀌면 쓰는 방식도 같이 바뀌고, 캡틴이 가진 한계 때문에 오히려 그런 차이가 더 잘 보입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캡틴도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예전에는 힘이 세고 방패를 잘 쓰는 캐릭터 정도로 봤다면, 이 두 장면에서는 상황이 바뀔 때마다 그에 맞게 움직이는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좁은 곳에서는 먼저 주변을 읽고, 열린 곳에서는 계속 움직이는 위험에 대응합니다.

캡틴이 왜 다른 사람들보다 앞에 서는지도 그제야 조금 이해됐습니다. 가장 화려해서라기보다 상황이 달라졌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빨리 파악하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와 도로 전투를 좋아하는 이유도 결국 액션이 멋있어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같은 캐릭터를 전혀 다른 공간에 놓았는데, 그 두 장면을 보고 나서 제가 캡틴을 보는 방식까지 조금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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