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지었는데도 성공해 보이는 사람,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출소한 조던 벨포트는 다시 사람들 앞에 서서 세일즈를 가르칩니다. 한때 수많은 사람의 돈을 빼앗는 구조를 만들었던 사람이 또다시 무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입니다. 반대편에는 그를 오랫동안 추적한 FBI 요원이 있습니다. 그는 화려한 조명도 박수도 없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누가 옳은지는 분명한데, 화면만 놓고 보면 누가 성공한 사람인지는 오히려 헷갈립니다.

저는 이 두 장면이 이상하게 불편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처벌을 받고도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데, 원칙을 지키며 자기 일을 한 사람에게 남은 것은 평범한 퇴근길입니다. 물론 지하철을 탄다고 실패한 삶은 아닙니다. 그런데 화면을 보는 순간에는 조던 쪽이 더 성공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왜 그렇게 느꼈는지를 생각해 보니 영화보다 제 기준이 좀 찔렸습니다.

처음에는 조던의 성공을 구경했다

이런 생각이 더 불편했던 건 앞선 세 시간을 너무 재미있게 봤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마치고 ‘적당한 런타임이네’라고 생각했는데, 확인해 보니 세 시간이나 지나 있었습니다. 인간의 탐욕을 다룬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봐도 되나 싶었습니다.

저는 주식이나 금융을 진짜 1도 모릅니다. 그래도 조던이 돈을 버는 방식은 어렵지 않게 들어왔습니다. 고객에게 좋은 주식을 찾아주는 것보다 계속 거래하게 만드는 게 중요했고, 조던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아주 잘 이용합니다. 복잡한 금융 지식보다 자신감 있는 목소리와 말솜씨가 더 강하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 방식은 직원들에게도 통합니다. 평범했던 사람들이 엄청난 돈을 벌기 시작하고, 그 모습을 보고 또 다른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저 사람도 저렇게 벌었는데 나라고 못할까’ 하는 마음이 생겼을 것 같습니다. 조던은 주식만 잘 파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사는 모습까지 같이 팔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저도 그걸 보면서 조금 부러웠다는 겁니다. 좋은 집, 많은 돈, 어디서든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 특히 사람들을 단숨에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모습은 솔직히 대단해 보였습니다. 사기를 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그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찝찝했던 부분입니다.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왜 부러웠을까

스트래튼 오크먼트가 커질수록 대저택과 요트, 스포츠카와 파티가 계속 등장합니다. 분명 엉망으로 가고 있는데 화면에는 활기가 넘칩니다. 조던과 직원들은 돈을 벌 때마다 더 크게 소리치고 더 과하게 즐깁니다. 보고 있는 쪽에서도 그 속도에 휩쓸리게 됩니다.

조던을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돈과 자신감,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에는 눈이 갔습니다. 그게 좀 이상했습니다. 누군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보다 눈앞에서 돈을 벌고 환호하는 사람들이 먼저 보였던 겁니다.

회사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연설하는 장면을 보면 이런 느낌이 더 강해집니다. 조던이 말을 시작하면 사람들이 금세 들끓습니다. 그 안에서는 자신들이 파는 주식 때문에 누가 돈을 잃었는지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결과와 열광하는 사람들만 보입니다.

아마 피해자가 화면 밖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에 더 쉽게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총을 들고 누군가를 위협하는 범죄였다면 저도 이렇게 보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좋은 옷을 입고 전화로 거래하고, 회사는 잘나가고, 직원들은 큰돈을 법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따라가다 보면 성공담처럼 착각하기 쉽습니다.

벌을 받았는데도 다시 무대에 선 사람

후반부에 FBI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조던이 만든 세계도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는 몰락 과정을 하나하나 따라가기보다, 마지막에 조던이 어디에 서 있는지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결국 처벌을 받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출소한 조던은 다시 사람들 앞에 섭니다. 이번에는 주식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세일즈를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범죄를 저지를 때 사용했던 말솜씨와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이 없어지기는커녕 다시 그의 자산이 된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들도 여전히 그의 말을 들으러 옵니다.

그래서 FBI 요원이 지하철을 타고 가는 모습이 자꾸 같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자기 일을 했고 결국 조던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한쪽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조던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다른 승객들과 섞여 지하철을 타는 사람이 있습니다.

머리로는 어느 쪽이 제대로 살았는지 어렵지 않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화면만 보면 이상하게 조던 쪽이 더 화려합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조금 찔렸습니다. 저도 돈이 많고 사람들이 주목하는 모습을 너무 쉽게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좀 오바스럽지만 영화를 다 본 뒤 유튜브에서 성당 오르간 음악을 틀었습니다. 머릿속이 너무 시끄러워서 아무 생각 없이 조용한 음악을 듣고 싶었습니다. 세 시간 동안 조던의 삶을 신나게 구경했고, 한편으로는 부러워하기까지 했는데 마지막에 와서는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애매했습니다.

특히 조던과 FBI 요원의 모습이 계속 비교됐습니다. 한 사람은 엄청난 돈을 벌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고 결국 처벌을 받았습니다. 다른 사람은 그런 조던을 잡기 위해 자기 일을 했지만, 마지막 모습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직장인의 퇴근길에 가깝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집에 살고, 사람들 앞에 서는 쪽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별 생각 없이 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그런 삶이 부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겁니다. 돈이 많으면 좋고, 능력을 인정받는 것도 좋으니까요.

그런데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보고 나서는 거기에 한 가지를 더 붙여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이 무엇을 가졌는지만 볼 게 아니라, 그것을 얻는 동안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도 같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두 장면을 보고도 누가 더 잘 살았는지는 쉽게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돈이 많고 사람들이 쳐다본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바로 성공했다고 부르는 건 전보다 조금 어려워졌습니다. 세 시간 동안 조던을 부러워했던 제 모습까지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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