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V 페라리》와 《존 윅 2》, 규칙을 지켰는데도 자유롭지 못했다

《포드 V 페라리》와 《존 윅 2》를 나란히 놓을 이유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한쪽은 1960년대 르망 레이스를 다룬 실화 영화이고, 다른 한쪽은 암살자들의 지하세계를 그린 액션 영화입니다.

그런데 켄 마일스와 존 윅을 보고 있으면 비슷한 상황이 반복됩니다. 둘 다 자기 분야에서는 이미 능력을 증명한 사람입니다. 문제는 일을 못해서 생기지 않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데서 생깁니다.

켄 마일스는 더 잘 달리기 위해 회사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존 윅은 아예 일을 그만두고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합니다. 원하는 것은 다르지만 둘에게는 똑같이 “그건 네가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조직이 있습니다.

자유를 막는 규칙은 서로 달랐다

켄 마일스 — 허락이 있어야 달릴 수 있는 사람

《포드 V 페라리》에서 켄 마일스가 싸우는 상대는 페라리만이 아닙니다. 차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지만, 그 능력을 실제 레이스에서 쓰려면 포드라는 거대한 조직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를 막는 것은 대부분 레이스 규정이 아닙니다. 회사 이미지에 어울리는 사람인가, 경영진의 판단을 따르는가, 조직이 원하는 장면을 만들어줄 수 있는가 같은 기준이 계속 끼어듭니다.

마일스에게는 자동차가 보내는 신호와 트랙의 상황이 중요합니다. 포드 경영진에게는 차의 성능만큼이나 회사 이름과 결과가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합니다. 같은 승리를 원하면서도 무엇을 승리라고 부르는지는 다릅니다.

이 차이는 르망 마지막에서 가장 선명해집니다. 마일스는 그해 데이토나 24시간과 세브링 12시간을 이미 우승한 상태였습니다. 르망까지 이기면 같은 해 세 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최초의 드라이버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포드는 세 대의 자사 차량이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을 원합니다. 마일스는 선두에서 속도를 늦추고 다른 차량을 기다립니다.

회사가 원했던 사진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뒤에서 출발한 브루스 맥라렌의 차가 같은 순간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더 먼 거리를 달린 것이 되어 공식 우승은 맥라렌에게 돌아갑니다. 마일스는 조직의 요구를 따랐고, 그 대가로 자기 힘으로 거의 손에 넣었던 승리를 놓쳤습니다.

존 윅 — 빚을 갚아야 떠날 수 있는 사람

《존 윅 2》의 규칙은 정반대입니다. 포드의 조직 논리처럼 분위기와 권한 속에 숨어 있지 않습니다. 마커를 받았으면 반드시 갚아야 하고, 콘티넨탈 안에서는 피를 흘려서는 안 됩니다. 무엇을 어기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존은 이미 암살자의 삶에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거에 은퇴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할 때 산티노의 도움을 받았고, 그 대가로 마커를 남겼습니다. 산티노가 그것을 들고 찾아오는 순간 존의 은퇴는 자신의 의지만으로 유지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존은 처음에 요구를 거부합니다. 산티노는 유탄발사기로 그의 집을 파괴하고, 윈스턴은 존에게 마커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결국 존은 지안나를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규칙은 잔혹하지만 일관돼 보입니다. 빚이 있었고, 존은 그 빚을 갚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그런데 규칙을 지킨 뒤에도 출구는 열리지 않습니다.

산티노는 약속이 끝난 직후 존을 죽이려 합니다. 지안나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명분으로 부하들을 보내고, 결국 존에게 거액의 현상금까지 겁니다. 존은 규칙을 어겨서 쫓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먼저 규칙을 지켰는데도 약속된 출구를 얻지 못한 사람입니다.

둘 다 규칙을 지켰는데 대가는 돌아오지 않았다

두 영화를 나란히 놓고 보면, 가장 흥미롭게 겹치는 지점은 두 사람이 처음부터 규칙을 무시한 사람이 아니라는 데 있는 듯합니다.

포드는 마일스에게 총을 겨누지 않습니다. 대신 그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도, 팀도, 르망에 나갈 기회도 조직이 제공합니다. 포드가 사람을 붙잡는 것은 기회를 줄 수 있는 권한입니다.

존 윅의 세계는 훨씬 노골적입니다. 한번 맺은 마커는 반드시 이행해야 하고, 과거의 약속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존을 붙잡는 것은 이미 받아버린 도움과 그 대가로 남은 빚입니다.

하나는 현대적인 회사이고 다른 하나는 비현실적인 암살자 사회입니다. 그런데 둘 다 능력 있는 개인에게 비슷한 말을 합니다. 네가 아무리 잘해도, 이 시스템과 관계를 맺은 이상 모든 것을 네 뜻대로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마일스는 요구를 받아들였다

마일스는 르망 마지막에 포드의 요구를 받아들입니다.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얼마나 큰 기록이 걸려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속도를 늦춥니다. 조직은 원했던 장면을 얻었고, 마일스는 우승을 잃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일스가 애초부터 순종적인 인물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계속 회사와 부딪혔고 자기 판단을 고집해왔습니다. 그런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조직의 요구를 받아들입니다.

마일스가 잃은 것은 단순한 1승이 아니라, 자기 판단대로 끝까지 달릴 권리였습니다.

존은 그제야 규칙을 깨버렸다

존 역시 산티노의 마커를 이행합니다. 원하지 않는 임무였지만 지하세계의 규칙에 따라 빚을 갚았습니다. 그런데 약속을 지킨 뒤에도 산티노는 그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존이 산티노를 끝까지 추적하자 산티노는 콘티넨탈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는 살인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존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산티노는 그 규칙을 이용해 자신이 보호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존은 이미 마커를 지켰고, 그 대가로 배신까지 당했습니다. 이제 규칙은 그에게 질서를 보장하는 약속이 아니라 산티노를 보호하는 장벽으로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존은 결국 콘티넨탈 안에서 산티노를 쏩니다.

복수는 끝나지만 자유가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존은 콘티넨탈의 보호와 지하세계의 서비스를 잃고 파문당합니다. 윈스턴이 한 시간의 유예를 주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세계 전체가 존을 쫓게 됩니다.

마일스는 규칙을 따른 대가를 치르고, 존은 규칙을 깨뜨린 대가를 치릅니다.

잘하는 것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켄 마일스와 존 윅은 둘 다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관객은 두 사람이 자기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일찍부터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실력이 아니라 결정권입니다.

내가 충분히 잘한다면 내 방식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조직 안에서는 반드시 그렇지 않습니다. 어떻게 일할 것인지뿐 아니라 언제 시작하고 언제 그만둘 것인지까지 다른 사람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켄 마일스에게 조직은 필요한 기회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그의 능력을 통제합니다. 존 윅에게 조직은 한때 그가 원하는 삶으로 나갈 수 있게 도와줬지만, 그때 만들어진 의무를 이용해 다시 그를 끌어들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자유가 필요한 지점도 다릅니다. 켄에게 필요한 자유는 자기 일을 자기 판단대로 할 자유이고, 존에게 필요한 자유는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을 자유입니다.

《포드 V 페라리》와 《존 윅 2》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주지만 같은 지점에서 만납니다.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자신이 언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결정할 권리까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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