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는데도 막막할 때, 돌파구를 찾는 영화 3편
무언가를 잘하고 있는데도 일이 풀리지 않는 순간이 있습니다. 실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노력이 모자라서도 아닙니다. 오히려 꽤 오랫동안 잘해왔기 때문에 더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순간에 새로운 방법을 찾기보다 지금 하던 일을 더 열심히 하려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익숙한 방법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더 열심히 해야 할지 방향을 바꿔야 할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머니볼》의 빌리 빈은 돈 많은 구단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수 없습니다. 《코요테 어글리》의 바이올렛은 노래를 만들 수 있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합니다. 《인턴》의 줄스는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킬 만큼 유능하지만, 성공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와 마주합니다.
세 사람은 처음부터 부족한 인물이 아닙니다. 이미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갖고 있고, 누구보다 열심히 움직입니다. 막힌 지점에서 필요한 것은 노력의 양을 더 늘리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보고 있던 기준을 바꾸거나, 피하고 있던 두려움과 마주하거나, 다른 사람의 경험을 받아들이는 일이 새로운 길을 만듭니다.
머니볼 - 방법이 막혔다면 기준부터 바꿔본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에게 가장 큰 문제는 돈입니다. 좋은 선수를 데려오고 싶어도 뉴욕 양키스 같은 부자 구단과 같은 금액을 제시할 수 없습니다. 스타 선수를 빼앗긴 뒤 비슷한 선수를 다시 영입하려 해도 예산에서 이미 승부가 끝납니다. 기존 방식으로 경쟁하면 시작부터 불리한 게임입니다.
빌리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기준을 바꿉니다. 이름값과 외형, 스카우터가 오랜 경험으로 쌓아온 감각 대신 실제 경기에서 얼마나 출루하는지를 비롯한 데이터를 들여다봅니다. 다른 구단이 약점부터 보는 선수에게서 쓸 수 있는 강점을 찾습니다. 한 명의 스타를 대신할 또 다른 스타를 찾기보다 여러 선수의 장점을 조합해 빠져나간 전력을 채우려 합니다.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랫동안 야구를 봐온 사람들에게 숫자로 선수를 평가한다는 발상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감독조차 빌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선수를 기용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고 해서 바로 결과가 따라오는 것도 아닙니다.
《머니볼》이 흥미로운 이유는 빌리가 더 열심히 일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돈 많은 구단의 방식을 더 충실하게 따라 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습니다. 이길 수 없는 방식이라면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게임의 기준부터 의심합니다.
저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수록 노력의 양부터 늘리는 편이었습니다. 더 오래 붙잡고, 더 많이 준비하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방법 자체가 맞는지를 의심하는 일은 늘 뒤로 밀렸습니다. 빌리 빈의 선택이 인상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가 능력이 아니라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믿어온 기준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코요테 어글리 - 실력이 있어도 세상에 보여주지 못하면 멈춰 선다
바이올렛은 노래를 쓰고 싶어 뉴욕으로 갑니다. 고향을 떠날 정도로 꿈은 분명하고, 작곡할 능력도 있습니다. 문제는 자신의 노래를 사람들 앞에서 직접 부르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막상 무대에 서면 두려움이 앞섭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까지 왔는데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자신이 스스로를 막습니다. 좋은 곡을 쓰는 것과 그 곡을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방 안에서 완성한 재능은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또 다른 시험을 만나게 됩니다.
코요테 어글리 바에서 일하는 경험은 바이올렛을 조금씩 바꿉니다. 처음부터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낯선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고, 소란스러운 공간 한가운데에 서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직접 처리하면서 사람들 앞에 존재하는 감각을 익혀갑니다.
바에서 보내는 시간은 바이올렛의 최종 목적지가 아닙니다. 가수가 되기 위해 반드시 바텐더가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 공간에서 얻은 경험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가장 피하고 싶었던 시선 속으로 들어가며 이전에는 없던 힘을 얻게 됩니다.
여기서 필요한 돌파구는 새로운 기술을 하나 더 배우는 일이 아닙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밖으로 보여줄 용기입니다.
잘하는 것이 있는데도 계속 제자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공부와 연습만 반복하기도 합니다. 어느 시점부터 필요한 것은 완벽한 준비보다 실제 사람들 앞에 결과물을 꺼내놓는 경험일 수 있습니다. 바이올렛에게 무대는 실력을 증명하는 장소이기 전에 두려움을 넘어야 하는 장소였습니다.
인턴 - 답이 보이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의 경험을 빌려본다
줄스 오스틴은 온라인 패션 회사를 짧은 시간 안에 성공시킨 창업자입니다. 사무실 곳곳을 직접 돌아다니고, 고객의 불만을 확인하고, 상품 포장 방식까지 살펴봅니다.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도 강합니다.
회사가 빠르게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직원 수가 늘고 관리해야 할 영역도 넓어집니다. 투자자들은 경험 많은 전문 CEO를 영입하라고 압박합니다. 줄스 자신도 회사가 지금의 속도로 계속 성장하려면 모든 것을 직접 챙기는 방식이 가능한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가정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깁니다.
줄스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일을 못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잘해왔고, 대부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법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때 줄스 곁에 들어온 사람이 시니어 인턴 벤입니다.
벤은 줄스 대신 회사를 운영하지 않습니다. 젊은 창업자에게 옛날 방식이 옳다고 가르치지도 않습니다. 필요한 순간에는 조용히 기다리고, 줄스가 흔들릴 때 자신이 살아오며 얻은 경험을 건넵니다. 줄스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대신 결정하기보다 스스로 답을 볼 수 있도록 곁을 지켜줍니다.
줄스에게 벤이 필요한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자신과 전혀 다른 시간과 경험을 살아온 사람이 보여주는 시선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혼자 고민할 때는 보이지 않던 문제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순간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줄스가 보여주는 변화에서 눈에 들어오는 부분도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는 것이 능력의 증명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자신의 회사를 지키고 싶은 마음, 가족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주변의 기대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합니다.
《인턴》은 도움을 받는 능력도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힘의 일부라고 보여줍니다.
《인턴》을 조금 더 자세히 보고 싶다면 《인턴》에서 벤과 줄스가 서로에게 건넨 변화에 대한 글도 함께 읽어보세요.
막혔을 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노력이 아닐 수도 있다
《머니볼》의 빌리 빈은 보고 있던 기준을 바꿉니다. 남들과 같은 조건으로 경쟁할 수 없다면 다른 방식으로 선수를 평가하고 팀을 구성합니다.
《코요테 어글리》의 바이올렛은 자신을 가로막던 두려움과 마주합니다. 더 완벽한 곡을 만드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노래를 사람들 앞에 꺼내놓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인턴》의 줄스는 모든 답을 혼자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씩 벗어납니다. 벤의 경험을 받아들이며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바라봅니다.
세 영화는 장르도 배경도 전혀 다릅니다. 한 사람은 야구단을 운영하고, 한 사람은 작곡가를 꿈꾸며, 한 사람은 빠르게 성장한 회사를 이끕니다. 세 사람이 만난 벽의 모습도 다릅니다.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이미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데도 지금까지의 방식만으로는 앞으로 갈 수 없는 순간을 만난다는 것.
세 영화가 내놓는 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기준을 바꿔야 할 때가 있고, 피하고 있던 일을 직접 해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혼자 생각하는 대신 자신과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언제나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같은 문을 계속 세게 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을 여는 방법을 바꾸는 순간 예상하지 못했던 길이 보이기도 합니다.
요즘 무언가를 잘하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면, 《머니볼》과 《코요테 어글리》, 《인턴》을 차례로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세 영화가 보여주는 돌파구는 서로 다르지만, 지금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같은 자리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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